오쇼젠 타로와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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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오쇼젠 타로 “16번 번개” vs “티트리”
읽음 4,826 |  2017-11-29



    사방이 불바다였다. 어디서부터 불길이 시작되었는지 바보는 알 수가 없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숲길을 가던 바보였다. 어둠이 찾아오자 아늑해 보이는 조그마한 동굴을 발견했고 나른한 몸을 누이며 잠을 청했던 기억이 모두였다. 바보는 더 이상 생각을 더듬을 여유조차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불길이 덮쳐오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내달렸다. 숲을 삼키며 쫓아오는 불길의 속도는 엄청났다. 얼마나 달렸을까? 바보는 급하게 멈추어 섰다. 새벽의 푸른 태양이 어슴푸레 비추고 있는 곳은 바다와 직면한 낭떠러지였다. 달려오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면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으리라. 바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아직 일렀다. 바보를 쫓아오던 불길은 여전히 기세를 꺾지 않았고 바보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 불길에 휩싸일 수는 없었기에 설령 검푸른 파도가 또 다른 위협이 될지라도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바보는 낭떠러지 아래로 자신을 맡겼다. 


    오쇼젠 타로의 ‘번개’ 카드는 나의 청각적, 후각적 상상을 모두 자극한다. 번뜩이는 번개 불빛 뒤로 천둥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고 불타고 있는 그림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다. 놀란 사람들의 아우성도 그림을 넘어 들려오는 듯하다. 두 사람만 그려져 있는 카드이지만 왠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와 같은 입체적인 공감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번개가 치듯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변해버리고 허망해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금전적인 사기를 당한 일, 믿었던 파트너에게 배신을 당한 일, 하루아침에 누명을 쓰게 된 경험, 느닷없는 교통사고나 재해,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적인 전쟁이나 테러범들의 행위 등도 유사한 일들이다. 이 모든 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건 이전에는 늘 괜찮았고, 멀쩡했고, 믿었다는 점이다. 어떠한 조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조짐이 나에게 와서 현실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못한 것이다. 불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어떤 일이 벌어질 때는 단계가 꽤나 복잡하고 어렵다. 불행을 위해 준비된 다양한 요소들이 일치되어야만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이토록 복잡한 단계와 요소들이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비장의 장치는 우리의 의식 속 ‘설마’라는 녀석이다. ‘나는 아니겠지.’ ‘나는 늘 옳아’ 라는 식의 사고가 ‘설마’를 키운다. 어렵게 이루어낸 불행은 발생자체만으로 끝을 내지 않는다. 불행 이후 인간의 의식 속에 ‘하필이면’이라는 녀석이 자란다. ‘하필이면 왜 나일까?’ ‘하필이면 그 곳에 있었을까?’ ‘하필이면 지금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수도 없이 떠오르는 ‘하필이면’이라는 의식은 자괴감과 후회, 절망의 나락으로 나를 몰아간다. 



    불행이라는 것은 이렇게 신의 자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과정일까? 천사와 악마가 존재한다면 불행은 악마의 몫임에 틀림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신의 사랑이 빛을 발하는 것은 불행 이후이다. 천사의 역할이 불행을 막는 것에 있지 않음을 알아야한다. 오히려 불행이라는 요소를 쓴 약처럼 처방할 때도 있다.

    물론 적극적인 처방이기보다 불행을 관조한다는 편이 더 맞을 수 있다. 늘 자신의 생각이 옳고 자신은 선하며 나름 세상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극약처방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환상에 갇혀 있으므로 더 이상의 의식적 성장이나 주변의 성장을 돕는 일에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살고 있었는데 내가 잘못한 것도 별로 없는데 왜 가혹한 운명의 장난에 맞서야 하는지 분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삶이라는 것에 미안함과 용서와 감사와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예기치 못한 불행의 순간 나에게 힘이 되는 향은 무엇이 있을까? 티트리 향을 추천해 본다.


    (출처 : flickr) 


    티트리 나무는 호주가 원산지로 Melaleuca alternifolia라는 학명을 가지며 도금양과에 속한다. 1923년 호주 정부의 과학자였던 ‘펜폴드(Dr. A. R. Penfold)’ 박사는 티트리 에센셜 오일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 티르리 오일의 살균과 항박테리아 성분이 페놀보다 12배나 강하다는 결과를 입증하였다. 이러한 강력한 살균력에도 불구하고 티트리는 피부 자극이나 독성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티트리는 화장품, 의약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티트리의 향은 사실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다. 테르펜-4-올 성분이 주요 약성을 가지며 30% 이상 함유되어 있는 티트리오일의 향은 마치 소독약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제품에 적용되었을 때는 신선하면서도 위안이 되는 묘한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티트리 나무에 주목하는 부분은 사실 따로 있다. 티트리 나무를 베고 나면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싹이 바로 자라난다. 놀라운 생명력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georomance) 


    티트리의 향은 티트리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예기치 못한 불행 앞에 나약해지고 자신의 운명을 탓하는 누군가에게 티트리 향의 신선함과 날카로움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불행이 가져다 준 깨달음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상처를 치유해준다.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이 바로 ‘신의 의도’를 싹 틔울 수 있는 소중한 순간임을 티트리 향 속에서 깨달을 수 있다. 그러한 깨달음은 불행을 스스로 엮어 온 자신의 무지함에 대한 미안함과 용서를 구하게 되고 다가올 삶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전환될 수 있게 돕는다. 세상을 살다 보면 번개를 만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번개를 새로운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인간의 힘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힘은 신이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다. 신이 인간에게 내려지는 번개를 막지 않는 이유는 인간 안에 있는 ‘번개 대처법’을 깨우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바보는 보드라운 물결의 간지러움에 눈을 떴다. 불길을 피해 바다로 몸을 던졌던 순간이 기억났다. 공중에 몸을 맡기던 순간 바보는 자신을 덮쳤던 불길에 대한 의미를 깨달았다. 검푸른 바다가 더 이상 무서워 보이지 않았고 모든 것을 신에게 맡긴 체 바다로 향하는 자신을 느꼈다. 모든 것이 끝이라는 느낌과 함께 바보는 의식을 잃은 듯 했다. 

    살아 있었다. 죽음이라 여겼던 그 순간이 새로운 생명의 호흡을 더욱 감사하게 만들었다. 바보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불행의 순간, 그 것과 동일시 하여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드는 것도 결국 나의 결정이라는 것을..... 번개가 치는 것 같은 큰 불행은 좀 더 높은 도약의 기회도 된다는 것을...... 

    바보는 감사와 사랑의 마음 가득 안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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