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쇼젠 타로와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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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오쇼젠 타로 “19번 순수” vs “만다린”
읽음 4,771 |  2018-01-04



    큰 연회가 열리는 모양이었다. 마을은 온통 연회에 대한 이야기로 들썩거렸다. 마을의 중심 거리에는 연회가 얼마나 화려하고 근사한지 자랑하는 홍보물이 나 붙었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연회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연회에 참석했었다는 사람들은 없었다. 뜨거운 관심에 비해 경험담을 들려주는 이는 없었고 모두가 들은 이야기만 전하고 있었다. 연회에 참석하기는 무척 까다롭다고 했다. 초대장은 모두에게 나누어 주지만 연회장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보아야한다고 했다. 시험의 과제는 해마다 다르며 올해의 시험과제도 초대장과 함께 전해질 거라 했다. 이방인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지 바보는 궁금했다. 

    “저처럼 마을사람이 아니어도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어르신이 웃으며 답해 주셨다.

    “초대장은 어느 누구에게나 나누어 준다네. 내일 마을 광장으로 나와 보도록 하게. 마침 내일이 초대장을 나누어 주는 날이라네.”

    바보는 왠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연회이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엄청나게 맛난 음식과 멋진 공연들이 펼쳐짐에 틀림없을 것이다. 

    다음날 바보는 어느 날 보다 일찍 일어나서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있었다. 이윽고 초대장이 마을 광장으로 전달되었고 너나 할 것 없이 초대장을 받아 들었다. 바보는 조심스레 초대장의 글을 살펴보았다.

    ‘순수하다 인정받은 자, 그들만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으리라.’

    연회일까지는 앞으로 일주일이 남아있었다. ‘순수하다 인정받는 것...’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저기 사람들은 순수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도를 찾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순수(純粹)함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전혀 다른 것의 섞임이 없음’ 혹은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이라고 한다. 현대같이 복잡한 삶 속에서 이러한 순수함이 추구해야할 가치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현대는 융합의 시대이고 자기 홍보의 시대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있어 보이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외모든, 내면의 마음이든, 지적인 면이든 누군가에게 있어 보여야 세상을 살아가기에 수월해졌다. ‘순수하다’는 표현은 ‘손해 볼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수함’은 일상적인 삶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가치가 되어갔다. ‘순수함’의 의미가 ‘순진함’과 결부되고 ‘순진함’은 ‘어수룩함’이나 ‘철없음’으로 ‘어수룩함과 철없음’은 ‘이용당함’으로 점차 왜곡된 결과는 아닐까? 진정한 순수는 결코 이용당하거나 어수룩하지 않다. 오히려 진정한 순수는 행복을 선물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사실 순수(純粹)와 순진(純眞)은 차이가 있다. 이런 비유는 어떨까? 아주 맑아 보이는 두 개의 컵이 있다고 가정하자. 멀리서 보기에는 둘 다 너무 맑아서 비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하나의 컵에는 맑은 물이 가득 차 있다. 이때 원래 비어 있는 맑은 컵은 순진을 의미하고 물이 가득 차 있으나 너무 맑은 물이 가득 차 있으므로 비어 있는 컵과 같아 보이는 것이 순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 순수의 컵에는 맑은 물만 허용한다는 의미일까? 비밀은 담겨지는 물의 종류에 있지 않다. 순수함을 만드는 비밀은 컵에 있다. 컵에는 고성능의 필터가 장착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지저분한 물이라도 혹은 아무리 값비싼 무엇이라도 고성능 필터를 거치게 되면 맑은 물로 변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컵에는 이러한 고성능 필터가 장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작동을 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순수함을 유지하는 비밀은 자연스럽게 원래부터 존재하던 필터를 작동하게끔 내버려두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 더 귀한 것을 담아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때문에 필터를 작동시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쩌면 삶이 고달프고 불행하다 느껴지는 것은 ‘순수’함을 잃어가는 것도 한 몫을 하는 것이리라. 타고난 ‘순수’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돕는 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만다린’ 향을 소개해 볼까 한다.


     

    만다린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귤’이라고 생각하면 알맞다. 사시사철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과는 달리 30~40년 전만해도 겨울에는 더욱 간식거리가 빈곤했더랬다. 그래서였는지 겨울에 만나는 귤은 최고의 맛을 내는 간식거리였다. 손톱이 노랗게 물들 때 까지 얼마나 귤을 먹었는지 모른다. 한없이 게을러지는 추운 겨울 날. 특별한 도구 없이도 달콤한 과일의 속살을 맛볼 수 있는 것은 귤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껍질을 바로 바로 버려야 하는 수고로움도 귤은 너그럽게 넘어가주었다. 먹은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어도 마치 일부러 그렇게 해둔 듯 이쁘게 말라가며 향기까지 선물로 주었으니까 말이다. 

    ‘만다린’ 향이 가지는 특징 역시 이러한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레몬은 껍질을 까기도 힘들고 맛보기는 더욱 곤욕스럽다. 오렌지는 껍질을 제거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다만 과일의 맛은 달콤한 반전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만다린은 껍질을 까서 먹는 과정까지 무엇 하나 부자연스러운 것이 없다. 편안하고 달콤함이 바로 만다린의 특징이다. 만다린 향 역시 이러한 편안함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들을 위한 아로마테라피에 단골로 등장한다. 프랑스의 경우 유아기와 어린이의 복통을 완화하는데 사용하기도 하고 안절부절하거나 활동 과다 특징을 보이는 어린이들을 진정시키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또한 임산부들의 임신선 예방을 위한 마사지 블랜딩 오일 중 하나로 추천되기도 한다. 그만큼 향이 순하고 부드럽다는 뜻이리라. 만다린향을 맡고 있으면 어린 시절 천진무구하기 짝이 없던 행복한 웃음이 떠오른다. 특별한 조건이 없어도 늘 웃을 수 있는 능력이 그 시절에는 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 당시의 천진무구한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내 안의 ‘순수’함을 가동시킨다면 어느 순간에나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는 ‘천진무구’함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순수함’인 것 같다. 기분 좋은 만다린 향과 함께 어린 시절 티 없이 맑고 행복했던 내면의 아이와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그 내면의 아이는 지금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보는 연회에 꼭 참석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순수하다 인정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호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노력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순수함’을 인정받기 위해 남을 돕거나 순수한 느낌의 의상을 준비하기도 하고 표정과 목소리를 연습하기도 하였다. 바보는 지나온 학습의 고정을 되돌아보며 조용히 내면의 소리를 듣기로 작정하였다. 존재로부터 울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던 바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회 당일 날. 바보는 당당히 연회에 참석을 하였고 어느 누구에게도 그 연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이 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규율이었으니까. 바보는 단지 한마디만 했을 뿐이다. 

    “순수함. 행복함. 어렵지 않아요. 발견만 하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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